뒤집힌 ‘로 대 웨이드’ 판결
미국 곳곳에서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: “나의 몸, 나의 선택(My Body My Choice)!” ‘로 대 웨이드’ 판결이 뒤집히면서 미국에서 49년 만에 임신중단권이 사라지게 됐거든요.
‘로 대 웨이드’ 판결이 뭔데?
1973년, 미국 텍사스주의 ‘로’라는 여성은 성폭행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지만, 주법 때문에 임신중단을 할 수 없었어요: “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게 아니라면 임신중단은 안 돼.” 그러자 로는 주 정부에 소송을 걸었어요. 이때 주 정부 입장을 대변했던 담당 검사 이름이 ‘웨이드’라, 이 사건은 ‘로 대 웨이드’로 불리게 됐고요.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을 살펴보고 “임신중단은 헌법이 보장하는 임신 당사자의 권리”라고 판결했어요.
근데 판결이 뒤집혔다니,
재판을 다시 했다는 거야?
그건 아니에요. 미국의 법체계(=영미법 체계)는 우리나라 법체계(=대륙법 체계)와 좀 다르거든요. 우리나라와 달리, 미국에서는 이전 판례를 판결의 법적 근거로 삼을 수 있어요(=선례구속성). 판결할 때마다 다음 재판에서 쓸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지는 것. 이 때문에 미국은 ‘로 대 웨이드’ 판결 이후 쭉 임신중단권을 보장해 왔어요.
그런데 미시시피 주는 2018년부터 임신 15주 이후의 임신중단을 금지했어요. 임신중단에 반대하는 보수 세력의 입김이 센 주 중 한 군데거든요. 이에 한 여성건강기구가 미시시피 주의 조치는 ‘로 대 웨이드’ 판결이 보장한 헌법 상 권리를 해치는 거라며 소송을 냈어요. 미시시피 주는 연방대법원에 “그럼 아예 ‘로 대 웨이드’ 판결이 헌법적으로 정당했는지까지 다시 따져봐주세요”라며 맞섰고요.
연방대법원은 지난 금요일(24일), 미시시피 주의 손을 들어줬어요: “임신중단 불법화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아.” 이 판결로 미국 각 주는 다시 50년 전처럼 자율적으로 임신중단을 합법으로 할지, 불법으로 할지 정할 수 있게 된 거고요.
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온 거야?
연방대법관 9명 중에 ‘보수적인 대법관’이 더 많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와요. 자세히 살펴보면:
임신중단에 보수적 🚫: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새로운 대법관 3명을 뽑았어요. 임신중단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고 ‘반대한다’라고 하는 사람들을 골랐고요. 이때 뽑힌 대법관 3명을 포함해, 총 6명의 대법관이 이번 판결을 위한 투표에서 미시시피 주의 손을 들어줬어요.
헌법 해석에 보수적 📖: ‘로 대 웨이드’ 판결에서는 여성의 임신중단권이 미국 수정헌법 14조가 보장하는 ‘사생활 보호 권리’에 해당한다고 봤는데요. 이번에 연방대법원은 이를 반박했어요: “헌법에 정확히 딱 ‘임신중단권 보장해!’라고 쓰여 있는 거 아니잖아.”
사람들은 뭐래?
교황청·공화당 등 보수 진영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고 있어요. 그러나 미국 안에서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상황(미국인의 약 55%)이라,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. 어떤 얘기 나오는지 자세히 살펴보면:
“여성의 건강이 위험해질 거야”: 임신중단을 불법화한다고 원치 않는 임신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. 비공식적이고 위험한 방법으로 임신중단을 하게 될 뿐이지. 임신중단이 금지되어 있을 때, 옷걸이 등을 가지고 스스로 임신중단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었잖아. 그러다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았고. 다시 그렇게 될까봐 걱정 돼.
“여성 인권이 뒷걸음질쳤어”: 이번 결정으로 수백만 미국 여성이 자율권을 빼앗겼어. ‘안전하고 자유롭게 임신중단할 권리’는 여성의 기본 권리야. 자기 몸과 삶에 관해 결정할 수 있을 때 다른 권리도 행사할 수 있는 법이니까.
+ 뉴닉은 왜 ‘낙태’가 아닌
‘임신중단’이라는 단어를 쓰나요?
‘태아를 떨어트린다’는 뜻인 ‘낙태(落胎)’라는 표현에는 이를 범죄로 단정짓는 시선이 담겨 있어요. 그래서 뉴닉은 더 가치중립적인 ‘임신중단’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요. 👉 뉴닉의 여성용어 가이드 읽으러 가기